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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립다

고향이 그립다

당나라 시인 왕유가 지은 시조 중에 ‘고향집 매화’라는 시조가 있습니다.
“그대가 고향에서 왔다니 고향소식을 잘 알겠군요 떠나오던 날 우리집 비단 창문 앞 추위겪던 매화는 아직 안 피었던가요”
제가 미국 이민을 와서 참 좋아했던 음악이 크리스마스 캐럴이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의 제목도 있듯이 저는 그 무더운 8월에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즐겨 들었습니다. 때에 맞지 않는 캐럴을 듣고 있는 저를 아내는 좀 이상하게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민와서 왜 그토록 크리스마스 캐럴에 집착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형 누나들이 성탄절 연하장을 만들고, 또 산에서 소나무를 베어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 방과 후에 친구들과 모여서 캐럴과 연극을 연습하던 그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을 묵상하면서 문득 예수님도 고향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리운 아버지와의 가슴 시린 사랑을 뒤로 한채 하늘의 영광까지도 내려 놓으시고 냄새나는 인간 세상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말구유에 오셔서 나그네의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사시면서 고향을 생각하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일 곳이 있는데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 는 말씀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도 나그네의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나그네는 이 땅에서 영원히 거주할 것처럼 살지 않기 때문에 나그네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흥청망청 기분에 따라 살지 않고 나그네의 영성을 묵상함도 은혜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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